프랑스의 신스웨이브 아티스트 Carpenter Brut가 2015년에 발표한 ‘Trilogy’는 사실상 하나의 정규 앨범이라기보다는, 그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한 세 장의 EP ‘EP I’, ‘EP II’, ‘EP III’를 한데 묶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그러나 단순한 모음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Carpenter Brut이라는 프로젝트의 세계관과 사운드를 완성형으로 정리한 선언문에 가깝다.
Carpenter Brut은 본명 Franck Hueso로, 이름에서 드러나듯 존 카펜터식 80년대 호러 사운드트랙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동시에 헤비메탈의 리프 감각과 인더스트리얼의 공격성, 그리고 전자음악의 클럽 에너지를 결합해 독자적인 ‘다크 신스웨이브’ 미학을 구축했다. ‘Trilogy’는 그 정체성이 가장 날것의 형태로 응축된 작품이다.
앨범은 오프닝 트랙 ‘Escape from Midwich Valley’부터 강렬한 드라이브를 건다. 거칠게 왜곡된 신스 리프와 묵직한 베이스, 그리고 금속성 드럼 프로그래밍이 결합해 마치 80년대 B급 슬래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연상시키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후 ‘Turbo Killer’, ‘Roller Mobster’ 같은 대표곡들이 이어지며, 폭주하듯 질주하는 리듬과 멜로디가 청자를 단번에 어두운 네온 도시로 끌고 들어간다.
이 앨범의 핵심은 ‘사운드의 공격성’이다. 일반적인 신스웨이브가 레트로 향수와 몽환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비해, Carpenter Brut은 메탈에 가까운 직선적 리프 구조와 강한 비트 드롭을 사용한다. 특히 기타 솔로를 연상시키는 신스 리드와 브레이크다운 구조는 메탈 팬들에게도 강한 친숙함을 준다. 이 점 때문에 그는 일렉트로닉 씬뿐 아니라 메탈 페스티벌 라인업에도 자주 이름을 올렸다.
‘Trilogy’는 서사적 측면에서도 일관성을 지닌다.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존재하는 콘셉트 앨범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사이버펑크적 도시, 폭력적 쾌감, 퇴폐적 클럽 문화, 그리고 VHS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음악을 듣는 경험 자체가 일종의 가상의 B급 액션·호러 영화 관람과 유사하게 설계되어 있다.
프로덕션 측면에서 보자면, 이 앨범은 과장된 다이내믹과 압축된 사운드로 무장해 있다. 클럽 시스템에서 재생될 때 그 진가가 드러나며, 라이브에서는 붉은 조명과 함께 극단적인 시각적 연출이 더해져 거의 공연이라기보다 의식에 가까운 체험을 선사한다.
‘Trilogy’는 2010년대 신스웨이브 붐 속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메탈적인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다크 신스웨이브 아티스트들에게 레퍼런스로 작용했으며, Carpenter Brut 자신에게도 이후 정규작 ‘Leather Teeth’와 ‘Blood Machines’로 이어지는 확장된 세계관의 토대가 되었다.
